겨울이다. 이럴 때일수록 (싱글들은) 다부지게 몸을 챙겨야 한다. 크리스마스 솔로대첩에라도 참가하고 싶다면 몸 관리가 필수다. 찰진 곱을 씹으며 이 겨울을 관통할 힘을 비축해보자. 메마른 가슴 적셔줄 '한 잔'까지 더한다면 그게 바로 '영혼을 위한 닭고기스프' 아니겠는가.
겨울 몸보신 맛투어를 시작한다. 아시다시피 겨울은 길고 춥다. 건장한 육체에 가려진 <마지막 잎새> 주인공 같은 영혼을 과연 누가 알까. 겪어봐서 알겠지만 겨울에는 몸과 마음 관리가 필수다. 전문가들이 겨우내 운동을 생략한 이들에게 오는 봄 3~4kg 가량의 체중 증가를 경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찌되었건 직접 부피감, 실체를 느낄 수 있는 몸이야 그렇게 관리한다고 치자. 그럼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마음은? 연식이 좀 된다면 알고 있으리라. 겨울이 두렵고 또 겨울에 살이 찌는 건 단지 날이 춥고 바람이 불기 때문만은 아니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밤새도록 냉장고를 뒤져본 적이 있는가. 여기 그 허기를 채워줄 '영혼의 닭고기스프'를 준비했다. 허기지다고 아무거나 입에 대지 말자.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줄 양질의 '영혼의 닭고기스프', 소곱창부터 시작한다. 곱창은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히 나뉘는 음식이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고무 씹는 맛'이라며 눈을 흘기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어서 못 먹는 게 곱창이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건 야채와 당면을 더해 매콤한 양념으로 볶아낸 야채곱창. 돼지곱창이라 소곱창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애주가들에게는 든든하게 배도 채워주는 기특한 안주다.
이에 비해 소곱창으로 배를 채우기란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높은 가격과 적은 양 때문이다. 1인분에 200g이라고 해도 초벌구이해서 나오는 녀석들은 그보다 훨씬 가녀려 보인다. 하지만 곱이 꽉 찬 소곱창 한 입에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고민들이 사르륵 녹아드니 이게 바로 '힐링'이다. 자, 먼저 그동안 먹어왔던 소곱창을 살펴보자. 징그럽다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제대로 알아야 곱창집에 가서도 곱이 꽉 찬 곱창을 맛볼 수 있다. 그동안 곱창, 막창, 대창, 양 등이 적혀 있는 메뉴판을 보며 쿨하게 '모둠'을 시키지 않았던가. 이 기회에 그동안 즐겼던 소의 내장을 좀 알아보자. 소는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이다. 이들은 위(胃), 밥통이 4~5개로 나누어져 있다. 소들이 끊임없이 입을 움직이는 이유다. 소는 위가 4개다. 이해하기 쉽게 번호를 붙여보자. 1번 위가 바로 그 유명한 '양'이다. 2번 위는 '벌집양', 생긴 모양이 벌집 같다. 3번 위는 간과 함께 생(生)으로 맛보는 천엽. 4번 위는 '막창', 전체적으로 붉은 색을 보여 '홍창'이라고도 한다. 이중 소의 첫 번째 위인 양은 전체 위의 약 80%를 차지한다. 얇은 부위는 국거리나 전골로, 두툼한 부위는 구이로 맛본다. 구이용 두툼한 부분이 바로 양깃머리다. 지방질이 거의 없어 담백하면서도 풍부한 단백질을 갖추고 있다. 양이 기운을 돋우고 알콜 중독을 멈추게 하며 피로회복과 골다공증에 효능이 있다는 <동의보감>의 기록을 알기 전부터 우리 몸은 알아서 그를 찾았던 것이다. 이렇게 4개의 위를 지나 소장, 작은창자가 나온다. 가장 잘 알려진 '곱창'이 바로 소장이다. 대창은 소의 큰 창자다. 돼지 막창은 제일 끝에 있는 창자를 뜻하지만 소의 막창은 앞서 살펴봤듯 네 번째 위다. 여기에 알곱창, 양대창 등이 더해진다. 알곱창은 곱창 부위에서 곱이 꽉 차 있는 양질의 곱창을, 양대창은 말 그대로 소의 첫 번째 위인 양과 대창을 함께 내놓는 것을 뜻한다. 곱창은 대창에 비해 가늘고 길다. 모두 구이로 맛보는데 대창이 좀 더 기름진 맛이 강하다. 제대로 된 대창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 '곱'은 15세기에도 '동물의 지방'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고 전해진다. 곱창을 먹을 때 기름이 나오는 것만 봐도 곱창에 기름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기름기를 뜻하는 '곱'이 가득 찰수록 양질의 곱창으로 인정받는다. 자, 이제 곱창을 맛보러 가보자. 못 먹던 시절에는 소곱창이 서민들의 저렴한 영양보급원이었다는데 지금은 웬만한 소고기와 맞먹는 귀하신 몸이다. 마음 같아서는 전국의 내로라는 소곱창집들을 일일이 가서 하나하나 맛보고 감동하고 싶건만 서울에 있는 것만 찾아가기도 벅차다. 2호선 망원역 근처의 합정동원조황소곱창, 충무로 서대문곱창부터 시작하자. 20년 이상 된 집들이다. 교대와 종로, 왕십리 자락에도 곱창골목이 있다. 교대역 근처에서는 교대곱창과 거북곱창을 많이 찾는다. 을지로 양미옥, 삼각지의 평양집 등도 유명하다. 강남쪽에도 소곱창 전문점들이 제법 많다. 논현동 리츠칼튼 호텔 건너편에 자리한 논현곱창과 영동시장의 함지곱창, 역삼동의 별양집 등이 알려졌다. 오발탄이나 연타발 등은 곳곳에서 지점으로 만날 수 있는 소곱창 전문점이다. 가격은 약간 차이가 있다. 보통 1인분 200g(가끔 150g인 곳도 있다)에 1만5000원에서 2만5000원 가량이면 맛볼 수 있다. 하지만 1인이 1인분만 먹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소곱창집을 찾기 전 자금확보는 필수다. 서비스로 맛보는 간과 천엽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붉게 물든 생간을 입에 넣을 때면 구미호라돈 된 기분이다.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여우짓을 해볼 수 있으려나. 있을 때 맛있게 쟁여두자.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소곱창 한 입에 소주 한잔 더해 이 겨울 찬바람을 견뎌보자. 지난 겨울 지나 올 봄이 왔듯 이번 겨울도 지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택시 기사 아저씨 덕분에 알게 된 1인분에 1만원 착한 가격의 곱창집을 귀띔한다. 신당역에 자리한 진성한우곱창(02-2234-0777)이다. 대창 막창 곱창 모둠 등을 맛볼 수 있다. 송파와 길동에도 있는데 가격에 약간 차이가 있다. 소곱창 마니아들 입맛을 맞출 자신은 없지만 저렴하고 푸지게 겨우내 시들해진 영혼에 기름칠 하기에는 무리 없으리라 믿는다. 게다가 24시간이다. 모둠을 푸지게 먹고 비빔국수로 입가심까지 한 금액은 6만7000원. 몇 명이 먹었는지는 비밀이다. <소곱창 전문점>
합정동원조황소곱창 / 마포구 망원동 373-3 / 02-333-7177 서대문곱창 / 중구 충무로4가 24-6 / 02-2266-4345 교대곱창 / 서초구 서초3동 1578-3 / 02-3474-9167 거북곱창 / 서초구 서초3동 1578-2 / 02-586-0032 양미옥 / 중구 을지로3가 161 / 02-2275-8838 평양집 / 용산구 한강로1가 137-1 / 02-793-6866 논현곱창 / 강남구 논현동 201-5 / 02-3444-9022 함지곱창 / 강남구 논현1동 144-5 / 02-3444-6919 별양집 / 강남구 역삼동 699-3/ 02-501-2937 오발탄(송파본점) / 송파구 오금동 4-13 / 02-404-0090 진성한우곱창(송파점) / 송파구 가락본동 80 / 02-402-3439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msommer@naver.com )
※ 위 정보는 2012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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