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마무리되는 금요일 오후,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 주변으로 형형색색 트럭이 모여든다. 휴식을 즐기기 위해 한강을 찾은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푸드 트럭이다. 건너편에는 액세서리, 방향제, 패션 잡화 등을 판매하기 위한 부스도 설치 중이다. 이들은 지난 3월 말에 시작한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상인이다. 서울 시민에게 편한 쉼터로 자리 잡은 여의도 한강공원에 새로운 볼거리가 등장한 것이다. 해가 뜨기도 전에 모였다 사라지는 시장을 두고 '도깨비시장'이라 불렀다. 서울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도깨비시장 하나쯤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종일 운영하는 시장이 아니다 보니 교통에 크게 방해되지 않고, 저렴한 물건을 사고팔 수 있으니 상인과 손님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직접 재배하거나 잡은 농수산물을 거래하는 현장이라 믿고 살 수 있었다. 한때는 '도시 미화 사업'이란 명목으로 단속되기도 했지만, 이제 도깨비시장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다. 도깨비시장에서는 단순히 거래만 하는 게 아니다. 상인과 손님이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는 주변에는 흥겨운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덕분에 물건 값을 흥정하다가도 광장으로 나가 음악과 춤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는 도깨비시장은 지역 공동체의 의견이 수렴되고 확산되는 공간이기도 해서, 사람들이 먼 길 마다치 않고 모인다. 물건도 사고, 사람도 만나기 위해서. 서울에 도깨비시장이 여러 군데 운영된다. 몇몇 곳은 전국적으로 유명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 마트에서 편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시장의 매력에 이끌려 도깨비시장을 찾는다. 그중 서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여의도 한강공원 주변에 도깨비시장을 시작한다니 반갑기만 하다. 주말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운영해서 이름을 '서울밤도깨비야시장'으로 지었다. 나들이하기 좋은 날, 구경거리를 찾던 이들의 발길이 벌써부터 끊이지 않는다.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은 2015년 10월에 처음 개장했다. 일주일 동안 2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찾았다. 야시장을 준비한 서울시도, 참여한 상인들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당시의 성과를 잇기 위해 올해는 3~10월 금·토요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운영한다. 장소는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과 물빛무대 주변으로, 야시장이 개장하는 날 불을 밝히는 도깨비 조형물이 랜드마크 구실을 한다.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을 방문하면 물빛무대에서 개최하는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재즈, 힙합, 발라드 등 장르가 다양하다. 특히 금요일에는 물빛무대에서 영화도 상영한다. 한강을 배경으로 감상하는 영화는 극장에서 느낄 수 없는 진기한 경험이다. 물빛광장의 분수 역시 볼거리다. 여름이 되면 더위를 피해 물빛광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은 공중으로 치솟는 분수가 신기한지 연신 뛰어다니며 즐거워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한강의 야경도 빼놓을 수 없다. 작은 돗자리 하나 챙기면 유용할 것이다. 이번에 운영하는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의 주제는 '하룻밤의 세계 여행'이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을 맛보며 세계 여행하는 기분을 느껴보자는 의미다. 한식을 비롯해 일식, 양식, 중식 등을 저렴한 값에 맛볼 수 있다. 금속·비금속 액세서리, 패션 잡화,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부스도 운영한다. 핸드메이드 상품이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앙증맞고 아기자기한 물건이 많다. 현장에서 상인이 직접 물건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고, 간단한 액세서리 수리도 가능하다. 시장에서나 가능한 서비스다. 물빛무대와 별개로 야시장 중앙광장에서 퍼포먼스와 버스킹, 세계 전통 공연이 펼쳐진다. 시장 공간답게 아티스트와 관람객의 경계가 없는 공연이다.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을 찾은 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서울시는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상인 모집을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를 받아 서류 심사를 거쳐 푸드 트럭 117팀과 일반 부문 213팀을 우선 선발했다.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3월 말과 4월 초 현장 심사를 거쳐 푸드 트럭 30팀과 일반 부문 70팀을 최종 선발했다. 현장 심사에서는 전문 심사위원과 시민 모니터링단, 시민 평가단이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을 돌며 판매 상품의 질과 서비스, 위생 상태, 안전성 등을 점검했다. 시민 모니터링단과 평가단은 추첨과 현장 모집을 통해 구성한 대학생, 직장인, 유학생 등이다. 현장 심사에서는 상인에게 까다롭게 질문하는 심사위원도 눈에 띄었다. 푸드 트럭에서는 음식의 맛과 청결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해 평가표에 꼼꼼히 메모했다. 서울시는 최종 선발 후에도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오리엔테이션 현장에서는 푸트 트럭의 안전과 위생을 강조해 시민이 안심하고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했다.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은 성공을 꿈꾸는 청년 창업자가 도전하는 현장이 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쿠바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리틀쿠반' 이재필 사장이 대표적이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 보셨어요? 거기에 나오는 음식이 쿠바 샌드위치거든요.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할 때 마침 영화도 개봉했죠. 돼지고기가 들어간 쿠바 샌드위치 사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 푸드 트럭을 시작했어요. 리틀쿠반 푸드 트럭에는 아들의 사업을 돕기 위해 이재필 사장의 어머니까지 나와 분주하게 영업을 준비한다. 푸드 트럭에는 젊은 사업가뿐 아니라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 상인도 보인다. 그중 '할배츄러스' 판매대에 놓인 빛바랜 조리사 자격증이 이곳을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할배츄러스 이경재 사장의 조리사 자격증이다.
오랫동안 요리사로 일하다가 2015년 정년퇴직했어요. 주로 서양 요리를 했죠. 퇴직하고 뭘 할까 고민하는데 자식들이 푸드 트럭을 권해서 나왔어요. 젊은 사람들이 추로스를 좋아할지 잘 모르겠네요.
아버지의 새로운 사업을 돕기 위해 나온 아들과 딸도 곁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손님들에게 추로스를 설명하고 판매하는 모습이 꽤 능숙하다. 서울시는 여의도 한강공원을 시작으로 야시장 몇 곳을 더 개장할 예정이다. 우선 5월에는 국내외 여행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청춘 런웨이&청춘 나이트'란 콘셉트로 야시장을 연다. 국내 최대 의류 시장이 인접한 장소답게 패션쇼와 비보잉 공연이 펼쳐지고, 청년 사업가의 아이디어 상품과 도시 농부의 먹거리를 판매할 예정이다. 7월에는 목동운동장에서 '레포츠 마켓 : 익스트림 캠핑장'이란 콘셉트로 스포츠·캠핑 용품 야시장이 개장한다. 이곳에서는 외발자전거 묘기, 보드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시즌에 맞춰 비정기적으로 야시장을 개장하는 곳도 있다. 5월에 '가정의 달'을 주제로 청계광장에서 상품 판매와 공연이 벌어질 예정이다. 한강의 밤바람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시선을 옮기면 강 너머 야경을 감상하기도 좋다. 야시장 구경까지 할 수 있으니 한강 외출이 더욱 설렌다. 이번 주말에는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산책을 계획하는 건 어떨까. 맛난 음식과 공연이 기다릴 것이다. 여의도 한강공원 주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로 330 문의 : 02-3780-0561(한강사업본부 여의도안내센터) http://hangang.seoul.go.kr/ 주변 음식점 양마니 여의도점 : 양·대창 구이 / 영등포구 국회대로76길 16 / 02-784-9282 http://yangmani.net/ 강가 여의도점 : 탄두리 치킨, 커리 / 영등포구 국제금융로2길 7 한주빌딩 2층 / 02-782-3610 http://www.ganga.co.kr/ 진주집 : 닭칼국수, 냉콩국수 / 영등포구 국제금융로6길 33 여의도백화점 지하1층 / 02-780-6108 숙소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타임스퀘어 : 영등포구 영중로 15 / 02-2638-3000 http://www.courtyardseoul.com/ 렉싱턴호텔 : 영등포구 국회대로76길 16 / 02-6670-7000 http://www.kensingtonyoido.co.kr/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 : 마포구 마포대로 58 / 02-710-7111 http://www.seoulgarden.co.kr/ 글, 사진 : 이시우(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8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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