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대림2동 대림중앙시장 주변을 걷노라면 뜻하지 않게 문맹을 경험하게 된다. 보이고 들리는 언어의 8할이 중국어이기 때문이다. 한국 속 중국촌이 아닌 중국 속 한인촌처럼 생각될 만큼 중국인들의 생활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곳이다. 대림2동에 자리한 중국촌에서 중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다양하고 색다른 음식들을 만나보자. 보통 주택가 일대는 낮에는 조용하고 출퇴근 시간에는 번잡하다. 그런데 대림2동 중국촌 거리는 조금 다른 풍경이다. 대림2동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늘면서 중국 상가들이 속속 들어섰다. 한국인들도 알음알음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대림2동의 낮과 밤은 평범한 주택가보다 조금 더 활기차다. 지하철 2,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 앞 골목 안쪽에 대림중앙시장이 있다. 이곳의 풍경은 우리나라 여느 재래시장과 다르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중국식 재료를 판매하니, 시장을 걷다 보면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중국 과자와 국수, 통조림, 양념 등을 파는 식자재가게는 물론, 이름도 생소한 길고 가는 모양의 당콩, 향이 진해 호불호가 분명한 고수, 크기와 모양이 생소한 고추와 생강 등을 파는 중국산 채소가게도 여럿이다. 소창, 대창 순대와 말린 돼지고기를 비롯해 다양한 훈제 고기를 좌판에 올려놓고 무게 단위로 판매하는 가게도 흔하다. 일반 두부판매점으로 보이는 중국식 두부가게에는 톡톡하지만 부드러운 식감을 지닌 건두부가 좌판 한가운데 올라와 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하거나 중국 풍경에 익숙하지 않다면 대림중앙시장의 모습이 더욱 낯설지도 모른다. 시장에서 9년간 떡집을 운영했다는 주인은 중국 가게가 늘긴 했어도 10년 전에 비해 그리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한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곳은 역전부터 시장 입구까지로, 중국음식점이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고. 각종 주전부리는 길을 걷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중국식 만두와 찐빵, 꽈배기 등은 자세히 보면 우리나라 호떡, 크로켓, 빈대떡과 비슷한 생김새다. 다만, 중국식은 무엇이건 크고 식감과 향, 맛이 전혀 다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메뉴도 부지기수다. 쟁반만 한 크기의 달걀지단처럼 보이지만 피자처럼 고깔 모양으로 잘라 먹는 빵, 피망 속에 찹쌀을 가득 채워 쪄낸 피망찰떡, 얇은 건두부에 밥을 넣어서 만 음식까지, 이름도 맛도 생소하지만 가볍게 먹어볼 만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중국 본토의 맛을 살짝 느껴볼 수 있다. 종류가 워낙 다양해 욕심이 나지만 조금만 참자.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말이 잘 통하지 않는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맛보는 중국음식 여행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냄비’를 뜻하는 훠궈(火锅)는 중국식 샤브샤브로 갖가지 재료를 육수에 데쳐 먹는 요리다.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 먹는 일반적인 전골인데, 각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에 따라 탕에 들어가는 재료가 달라진다. 중국 본토 음식을 처음 맛본다면 원앙훠궈(鴛鴦火锅)가 좋다. 원앙은 흔히 알고 있는 새의 종류인데 여기서는 ‘짝꿍’을 뜻한다. 칸이 나눠진 냄비에 맑은 백탕과 매운 홍탕 육수가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홍탕에는 중국 향신료를 비롯한 갖은 양념이 들어간다. 일반적인 고기 국물 비슷한 백탕과 함께 먹으면 홍탕 맛이 조금 낯설어도 수월하게 먹을 수 있다. 육수는 향이 독특하고, 재료의 양은 무척이나 푸짐하다. 탕에 재료를 넣고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꼭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재료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소스다. 훠궈를 주문하면 갖은 양념을 섞은 땅콩소스, 다진 파와 고수를 준다. 테이블 위에는 중국 향신료인 쯔란(孜然)이 놓여 있다. 쯔란은 미나리과 식물인 쿠민(cumin)의 씨앗을 빻아 만든 향신료다. 쓰고 맵고 단맛이 진한 향과 함께 잡내를 없애준다. 이 4가지 가운데 취향에 맞는 것으로 섞으면 소스가 완성된다. 고수와 쯔란은 특유의 향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맛과 향을 미리 확인한 뒤 선택하자. ‘대식대’와 ‘어선방’은 1, 2층으로 나뉘어 있지만 서로 연결된 한 집이다. 전통식부터 퓨전 요리까지 다양한 중국음식을 판다. 이 집의 훠궈는 원앙샤브샤브(3만 5천원), 해물원앙샤브샤브(4만 5천원) 두 가지다. 주문을 하면 모든 재료와 함께 육수가 나와 따로 재료를 선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성인 남성 3~4명이 먹기에 적당하다. 맞은편 건물에는 ‘순풍해물샤브샤브’ 식당이 있으며, 2~3인 기준 1세트에 35,000원이다. 한국에 짬뽕이 있다면 중국엔 마라탕(麻辣烫)이 있다. 마라탕은 ‘마비될 만큼 매운 탕’을 뜻하는데, 중국에서도 가장 매운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돼지 사골을 고아 20가지가 넘는 향신료와 양념을 넣어 육수를 낸다. 거기에 각종 채소와 건두부, 당면이 들어가는데 눈으로 보면서도 그 종류를 세기 어렵다. 주문을 하면 주방장이 알아서 끓여내는 곳이 있고, 탕에 들어가는 재료를 손님이 직접 고르는 식당도 있다. ‘봉선마라탕’은 주문 후 끓여내는 마라탕 전문점으로 기본(6,000원)과 양고기(羊肉)마라탕(9,000원)이 있다. 재료를 골라 주문하는 식당도 여럿이다. 유리창 너머로 뷔페처럼 재료를 담는 풍경이 보이는 식당으로 가면 된다. 매운맛과 향의 마라탕에 어울리는 요리는 단연 꿔바로우(锅包肉)다. 꿔바로우는 베이징식 찹쌀탕수육이다. 새콤한 맛을 넘은 시큼함, 혀에 감기는 달콤함이 튀김요리인데도 입안을 깔끔하게 해준다. 중국식 양념과 함께 색다른 것은 고기의 두께와 튀김옷이다. 얇은 고기에 찹쌀튀김옷을 입혀 튀기니 더 바삭하고 더 쫀득하다. 근래에는 많은 식당이 한국어 메뉴를 갖추고 있지만, 한국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식당도 있다. 그럴 땐 당황하지 말고 한국어가 가능한 다른 손님을 찾아 도움을 청해보자. 외국 음식을 경험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대림2동 중국촌은 주차장을 찾기 어렵고 행인이 많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문의전화 -대림중앙시장 대림2동 주민센터 02-2670-1419 -대식대 & 어선방 대식대 02-836-7555, 어선방 02-849-7555 -봉선마라탕 02-2637-4005 주변 여행지 보라매공원 : 동작구 여의대방로20길 33 / 02-2181-1181 관악산생태공원 : 관악구 신림동 산117-3 / 02-880-3675 관악산 : 관악구 대학동 / 02-879-6561 숙소 라이프스타일 F호텔 : 영등포구 경인로108길 8 / 02-2675-1984 http://www.lifestylehotel.co.kr/ 보보스모텔 : 영등포구 국회대로54길 41-18 / 02-2676-7118 호텔 더 디자이너스 여의도 : 영등포구 국회대로68길 24 / 02-786-5511 http://hotelthedesigners.com/yeouido/ 글, 사진 : 김애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6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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