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되고 방치되었던 공간이 사람의 손길이 닿아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완주군 삼례읍에 자리한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지어진 창고 5동과 1980년대에 지어진 창고 2동이 문화예술의 향기를 담은 전시, 체험 공간으로 변신했다. 삼례는 일제강점기 수탈의 대상이 되었다. 만경평야에서 나는 곡식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철로를 놓고 곡식 저장 창고를 만들었다. 삼례양곡창고는 2010년까지 창고로 쓰이다가 전라선이 복선화하면서 그 기능을 잃었다. 버려졌던 창고를 눈여겨본 사람들은 마땅한 전시 공간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던 예술인들이었다. 완주시의 마을 재생사업이 힘을 보태면서 오랜 시간 창고로 쓰였던 건물들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창고로 쓰이던 건물들이라 천정고가 높아 열린 공간의 시원한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모든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는 통합입장권을 발권해 안으로 들어서면 과거 흑백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창고 건물 여러 동이 늘어서 있다. 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곳은 왼편의 디자인뮤지엄이다. 국내외 기업에서 만든 제품 중 독특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적 요소가 결합된 제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가전에서부터 주방용품, 자전거, 오디오 등 실생활에 사용되는 제품들로 디자인이 결합되어 재미를 더한다. 옆으로 이어지는 김상림목공소는 켜켜이 쌓아놓은 목재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잘 마른 나무 냄새를 맡으며 안으로 들어서면 나이테와 나뭇결이 살아 있는 전통 목가구를 비롯해 각종 작업도구가 빽빽하게 전시되어 있다. 전시 공간이자 작업 공간인 이곳에서는 목공예를 배우는 사람들의 작업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어 특별하다. 못질을 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깎아 맞추는 전통 목공예의 멋스러움을 만나보자. 김상림목공소와 마주보고 있는 책박물관은 강원도 영월의 책박물관을 옮겨온 곳이다. 고서적을 비롯해 음반, 사진 등 55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동화책과 그림책을 판매하는 작은 공간도 있어서 직접 책을 보고 살 수 있다. 책공방 북아트센터는 전통적인 인쇄기들을 둘러보고 인쇄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거의 모든 책이 컴퓨터로 제작되는 오늘날,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던 책 한 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나만의 책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특별하다. 미리 문의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팝업북, 가죽다이어리 등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다. ‘더 오스’는 커피 로스팅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카페다. 향기로운 커피와 빵을 먹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통풍을 위해 사선으로 나무 기둥을 댄 옛 창고 벽면이 훌륭한 인테리어가 되어 운치 있다. 재미있는 조형물이 어우러진 야외 공간과 모든 전시관이 평지에 있어 휠체어 이동이 용이하고 각 전시관은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삼례역에서 가까워 대중교통으로 접근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삼례문화예술촌에서 가까운 비비정마을은 마을 언덕에 자리한 정자 비비정과 삼례천의 풍광, 폐선된 옛 철로를 보려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명소가 되었다. 소박하게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더해졌다. 여행자들이 이용할 식당이 없어 마을 할머니들이 힘을 모아 만든 농가 레스토랑 ‘비비정’도 함께 명소가 되었다. 인근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이른바 로컬푸드다. 거기에 할머니들의 정성 어린 손맛이 더해져 정갈하면서도 깊이 있는 밑반찬과 찌개, 전골요리 들을 맛볼 수 있다. 레스토랑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비비정을 찾는 이들도 많다. 좁은 마을길을 올라 만나는 비비정은 원래 1573년에 지어졌으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허물어지고 지금의 정자는 1998년에 복원한 것이다. 날 ‘비(飛)’자를 두 번 써서 비비정(飛飛亭)이라 한 이유는 예부터 이곳이 비비낙안(飛飛落雁, 기러기가 편히 쉬어가는 곳)이라 불렸기 때문이다. 오르는 길이 계단뿐이라 휠체어로 접근할 수 없지만, 정자 가까이 차를 대고 그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비비정 아래쪽 공원으로 가면 폐선된 옛 철교가 쓸쓸하게 강으로 이어진다. 일제강점기에는 철도뿐 아니라 이 물길을 따라 배로 곡식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니 수탈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삼례천과 완주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비비정전망대에는 카페 ‘비비낙안’이 자리하고 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시원하게 트인 전망을 즐기기에 좋다. 삼례천을 건너면 한옥마을이 있는 전주로 이어진다. 전주한옥마을은 인도와 차도 간 단차가 없어 휠체어로 돌아보기 좋다. 경기전과 풍남문, 전동성당 등을 둘러보고 이색적인 길거리 음식을 맛보며 활기를 느껴보자. 전주읍성의 남문으로 보물 제308호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풍남문 일대를 중심으로 상권을 장악해가자 그 반발로 조선 사람의 한옥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임진왜란 때 파괴되었던 것을 영조(1734) 때 개축했으며, 일본 통감부의 도시계획으로 성문과 성곽이 철거되었다. 신유박해(1801) 때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처형되었고, 후에 풍남문 잔해를 가져다 전동성당의 주춧돌로 썼다고 전한다. 신유박해 때 순교한 천주교도를 기리기 위해 프랑스 보두네 신부가 1891년 부지를 매입해 1914년에 완공한 성당이다. 호남 지역 최초의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로 서울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가 설계를 맡았다. 전주읍성이 헐리면서 나온 흙으로 벽돌을 굽고 성벽의 돌을 주춧돌로 써서 더 의미 있는 성당이다. 1998년에 개봉한 영화 <약속>에서 남녀 주인공이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 곳으로,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명소다. 한옥마을 경기전과 마주보고 있어 전통건축과 서양건축의 절묘한 대비를 느낄 수 있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임금의 초상화)을 모신 본전과 전주 이씨의 시조인 이한공의 위패를 모신 조경묘, 예종의 탯줄을 묻은 태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 등의 유적을 함께 둘러보는 공간이다. 조선 역대 왕들의 어진을 전시하는 어진박물관에서 어진을 봉안할 때 쓰였던 가마를 비롯한 유물도 함께 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가로 150cm, 세로 218cm의 태조 어진은 모사본이다. 태조의 어진은 총 26점이 제작되었으나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단 1점뿐이다. 오래된 나무들이 어우러져 쉬어가기에 그만이다. 대하소설 «혼불»을 쓴 작가 최명희의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전주에서 태어나 학교를 마치고 교사로도 활동했던 작가는 온 열정을 담아 17년에 걸쳐 대하소설 «혼불»을 썼다. 문학관에는 작가의 생전 인터뷰와 육필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마당에서는 책 만들기, 엽서 쓰기 등의 체험 활동이 이루어진다. 입장료는 없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의자들이 비치되어 있다. 속옷 브랜드 BYC의 옛 상표인 백양표 메리야스 생산 공장의 일부를 전시관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1층 갤러리에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고 작은 아트숍도 둘러볼 수 있다. 최명희문학관과 같은 도로변에 있다. <추천 여행 코스> 첫째날 : 삼례문화예술촌 → 점심식사(농가 레스토랑 비비정, 장애인 화장실) → 비비정 → 카페 비비낙안 → 전주(숙박) 둘째날 : 풍남문 → 전동성당 → 경기전 → 점심식사 → 최명희문학관 → 교동아트센터 → 귀가 ○ 문의 - 삼례문화예술촌 / 070-8915-8121 / http://www.srartvil.kr/index.9is - 농가레스토랑 비비정 / 063-291-8609 - 카페 비비낙안 / 063-291-8608 - 전주한옥마을 관광안내소 / 063-284-1126 ○ 관광지 정보 - 삼례문화예술촌 : 장애인 무료 입장.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도로 포장이 되어 있지 않으나 단차 없이 이동 가능. 무인발권기 있음. 장애인은 안내센터에서 무료입장권 발권. 안내센터에 경사로 없이 계단만 있어 비장애인 동행자가 대신 발권해야 함. 장애인 화장실 있음. 문화센터 더 오스는 경사로가 있으나 겨울철 방풍을 위해 자동문을 잠가둔 상태임. 직원에게 문의해 열어달라고 해야 함. - 비비정 : 정자 앞까지 차량 접근 가능. 주변에 화장실이 없어 농가 레스토랑 비비정 화장실 이용. 옛 철길 부근에 작은 공원이 있으나 콘크리트와 잔디가 섞여 있어 휠체어 이동 불편함. - 전동성당 : 경사로 있으나 경사도가 큼. 성당 주변 휠체어로 돌아보기 용이함. 일요일 미사가 있을 때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 문 앞에서 관람 가능. 장애인 주차장이 있으나 일요일은 주차 공간 부족으로 이용이 어려움. 한옥마을 공영주차장 이용. - 경기전 : 전 구역 경사로로 연결되어 휠체어 이동 용이. 장애인화장실 있음. 본전에서 어진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중문은 경사로가 문턱보다 낮게 설치되어 이동이 불편. 바깥 구역으로 빙 돌아가야 함. 어진박물관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로 수직 이동 가능. 어진박물관 내에 장애인 화장실 있음. 주차 불가. 한옥마을 공영주차장 이용. - 최명희문학관 : 경사로 있음. 장애인 화장실 있으나 사용이 불편함. 주차장 없음. - 교동아트센터 : 출입구에 약간의 단차 있음. 장애인 화장실 없음. 엘리베이터가 없어 2층 카페는 휠체어 이동 불가. ○ 대중교통 정보 - [기차]서울 용산역에서 삼례역까지 무궁화호 하루 8회(06:30~22:45) 운행. 약 3시간 20분 소요. 모든 열차 장애인석 운영. - [버스]서울남부터미널에서 삼례까지 하루 33회(06:20~20:30) 운행. 약 2시간 10분 소요. - [저상버스] 없음 - [지하철] 없음 - [장애인 콜택시] 없음 ○ 자가운전 정보 - 호남고속도로 삼례IC → 삼례IC 사거리에서 우석대학, 삼례 방면 우회전 → 웃삼례길 따라 2.3km 이동 후 좌회전 → 삼례역로 따라 이동 → 삼례문화예술촌 ○ 숙박 정보 - 풍남관광호텔 :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2길 45-7 / 063-232-7000 / www.pungnamhotel.com * 출입구에 경사로 있음. 장애인 객실 1개. 일반실에 약간의 단차 있으나 이동에 무리 없음. 1층 로비에 장애인 화장실 있음. 숙박료에 2인 조식 포함. 전주한옥마을과 차로 약 10분 거리. - 호텔르윈 :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85 / 02-2267-1045 / www.hotellewin.com * 장애인 객실 없음, 1층 로비에 장애인 화장실 있음. 숙박료에 2인 조식 포함. 일반 객실 온돌로 되어 있음. ○ 식당 정보 - 고궁 익스프레스 : 비빔밥 / 전주시 완산구 한지길 113 / 063-284-3211 * 출입구 경사로 있음. 장애인 화장실 없음. 식당 전체 입식 테이블. 한옥마을 공영주차장 이용. - 한국관 한옥마을점 : 비빔밥 /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31 / 063-232-0074 * 출입구 경사로 있음. 장애인 화장실 있으나 휠체어 회전이 어려움. 한옥마을 공영주차장 이용. - 백년가 : 콩나물국밥 /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73 / 063-288-0623 * 출입구 단차 없이 진입 가능. 입식 테이블과 좌식 테이블 완비. 장애인 화장실 없음. 식당 앞 도로변 주차 가능. 글, 사진 : 박성원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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