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세차게 내리는 어느 날, 선비의 고장 경북 봉화를 찾았다. 오랜만의 여행에 예상치 못한 비가 내려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 비가 내게 완벽한 하룻밤을 선물해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비가 생각보다 거칠게 내려 계획했던 일정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곧바로 하룻밤을 신세 질 남호구택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의 고택들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남호구택은 달랐다. 봉화공용버스정류장에서 배차간격 15분의 33번 버스를 타면 금세 도착해 찾는 데 어려움이 없다. 버스에 오른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남호구택이 위치한 바래미마을에 다다랐다. 정겨운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을 내려다보니 마치 조선시대에 온 것 같아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 한옥으로 유명한 곳 하면 경주밖에 생각나지 않았는데, 이젠 제일 먼저 봉화가 생각날 듯하다. 낮은 지붕들 사이로 난 조그마한 골목길 따라 남호구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칠 줄 모르는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남호구택 대문의 기왓장 사이로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얼른 쉬고 싶은 마음에 문도 두드리지 않은 채 웅장한 문을 가뿐히 열어젖혔다. 안으로 들어서니 주인 할아버지가 환한 미소로 맞이해주셨다. 비가 오는데 오느라 고생했다면서 얼른 나를 지붕 안쪽으로 이끄셨다. 원래 내가 예약한 방은 5만 원짜리 2인용 문간방인데, 그 방은 화장실이 외부에 있어 비를 뚫고 사용하기 불편할 거라 하시며 1만 원만 더 내고 화장실이 연결된 작은사랑방을 쓰라고 권하셨다. 원래 8만 원짜리 방인데 고단한 나를 위해 선뜻 내주시니 너무나 감사했다. 작은사랑방은 내 맘에 쏙 들었다. 방 자체 면적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방 바깥의 마루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마루에는 냉장고, 커피포트는 물론 여행자에게 필요한 여행지 안내책자들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마루의 제일 큰 장점은 앉아서 두 발 뻗고 바깥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나 역시 마루에 한번 앉으니 운치 있는 분위기에 빠져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정신 차리고 마루와 연결된 화장실을 가보니 깔끔했다. 여행자의 편의를 위해 샴푸, 보디워시, 린스 같은 기본적인 물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콸콸 나오는 온수에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샤워를 마친 후 피곤한 마음에 등을 대고 누우니 주인아저씨가 불을 때주신 덕분에 바닥이 뜨끈뜨끈했다. 텔레비전이 누워서 보기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지만 구태여 틀지 않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름 모를 곤충들의 울음소리와 타닥타닥 내리는 빗소리가 어우러지며 기분 좋은 자장가가 되어주었다. 산새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어느새 해는 중천. 비 내리는 날, 남호구택에서 최고의 하룻밤을 보냈다. Info. 1. 업소명 : 남호구택 2. 주 소 : 경북 봉화군 봉화읍 바래미길 21 3. 전화번호 : 054-673-2257, 010-2311-3488 4. 홈페이지 : https://namhohouse.modoo.at/ 5. 주차가능 여부 : 가능 6. 숙박요금 : (비수기, 주중) 큰사랑방 12만 원, 작은사랑방1 12만 원, 작은사랑방2 8만 원, 안채상방 8만 원, 대문간방 8만 원, 문간방 5만 원, 별채 14만 원 7. 100% 환불가능 날짜 : 투숙예정일 10일 전까지 8. 체크인 : 오후 2시부터 9. 체크아웃 : 오전 11시 청량산과 청량사 봉화공용버스정류장에서 청량산 가는 농어촌버스는 하루에 네 번 다닌다. 농어촌버스를 타고 수려한 경치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청량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곧바로 청량사로 올라가면 경사가 심해 초심자들에게 힘들다는 어르신의 조언을 받아들여 10분 남짓 걸어 입석에서부터 출발했다. 시원한 물길 따라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어르신 말씀대로 입석에서부터 올라가는 등산로는 크게 가파르지 않다. 나 같은 등산 초보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어제 세차게 내린 비에 늦가을까지 잘 버텨낸 낙엽이 떨어진 것이 못내 아쉽지만, 군데군데 남아 있는 단풍이 나를 위로해준다. 50분 정도 올라가니 푸른 소나무들이 반겨주는 청량사 입구에 도착했다. 해골물 일화(일체유심조)로 유명한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로서 봉화를 대표하는 사찰이다. 청량사는 발품을 팔아 올라올 만한 가치가 있다. 먼저 자그마한 불상과 탑 너머로 보이는 산세가 내 마음을 청량케 한다. 웅장한 절 곳곳에 숨어 있는 아기자기한 조형물들과 돌탑들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나도 아슬아슬하게 쌓인 돌탑에 돌 하나를 올리며 조심스레 소원 하나를 빌어본다. 평화로운 경내에 울리는 목탁 소리와 함께하니 절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주소 : 경북 봉화군 명호면 광석길 39 (청량산도립공원) 문의 : 054-679-6653 www.bonghwa.go.kr/open.content/mt/ 글/사진 : 여행Q레이터 이동훈 ※위 정보는 2020년 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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