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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봄꽃의 향연이 끝난 자리에 이제 초목들이 제 차례라는 듯 저마다 신록을 뽐내기 시작한다. 촉촉한 봄비가 지나간 뒤 산천은 한층 더 푸르러진 모습이다. 야외 나들이를 하기 딱 좋은 시기, 따사롭게 내리쬐는 봄볕이 자꾸만 떠나라고 부추긴다. 부산시 기장군의 작은 농촌마을인 대룡마을. 부산과 울산을 잇는 14번 국도변에 자리해 부산이나 울산에서 하루나 반나절 나들이로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풍경과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이미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선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언뜻 보기엔 그저 평범한 시골마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을 구석구석 진한 예술의 향기가 넘쳐난다. 하다못해 대문과 문패마저도 귀엽고 정감이 갈 정도다. 골목 어귀마다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갖가지 예술 작품들이 평화로운 농촌의 일상을 따스하게 품어 안는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대룡마을’이라 쓰인 큼직한 바위가 마치 터줏대감처럼 떡하니 들어앉아 있다. 작고 아담한 마을에 비해 너무 거창한 이름인 듯싶다. 뭔가 사연이나 이야기가 있겠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옛날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에 큰 용이 살았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용이 살았다는 끝도 없이 깊은 소(沼)는 예전에 메워져 지금은 흔적만 남았다. 또 용이 변했다는 용바위도 흙에 묻혀 찾기 힘들지만, 마을을 둘러싼 신비스러운 전설은 고스란히 이름에 남아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바위 옆에 세워진 이정표를 따라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아트 인 오리(Art in Ori)’. 대룡마을에 둥지를 튼 예술가들의 창작 실험 공간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작은 농촌마을에 젊은 작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1999년부터. 버려진 축사나 농가를 개조한 작업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모여든 작가들이 지금은 10명이 훌쩍 넘는다. 세라미스트 김미희 씨, 조각가 문병탁과 도예가 하영주 부부도 대룡마을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중이다.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마을에도 ‘예술’이라는 색이 입혀지기 시작했다. 마을 곳곳에 이들의 작품이 설치되었으며, 재기발랄한 벽화며 집집마다 내걸린 예쁜 문패 등 마을 전체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 되었다. 거주하는 이들이나 지나가는 이들 모두 행복한 미소가 절로 떠오르는 대룡마을. 이른바 ‘예술창작촌’ ‘예술마을’로 알려지면서 방문객도 많아졌다. 아트 인 오리는 마을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로 커피와 주스, 맥주 등 마실 거리들이 갖춰져 있다. 재미있게도 카페는 손님이 알아서 음료 등을 만들거나 꺼내서 마시고 깨끗이 뒷정리를 한 뒤 계산도 알아서 하는 셀프 시스템이다. 이른바 ‘무인 카페’인 셈. 따로 주인이 지키고 서 있지 않아도 문제될 게 하나 없다. 모든 게 자신의 자유이고 책임이다. 이곳에서 자신의 양심을 한번 시험해봐도 좋을 일이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 안은 온통 투박스럽기 짝이 없지만, 그래서 더 살갑고 정겹게 다가온다. 지금 20대라면 처음 보는 것일 수도 있는 LP판들, 구석에 놓인 전자기타, 선반에 얹힌 갖가지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조금은 낡고 조금은 어수선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곳이다. 손님들이 남긴 메모가 여기저기 빼곡해서 더 이상 붙일 곳도 없건만,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여전히 쓰고, 남기고, 찍기에 바쁘다. 아마도 이곳의 분위기가 자신도 모르게 추억을 남기고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만드는 것 같다. 아트 인 오리 맞은편에 있는 ‘SPACE 223’에서는 직접 도자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마을 언덕에 자리한 도자 체험장은 무엇보다 시원스레 펼쳐진 전망이 일품이다. 왠지 이곳에 있으면 고갈된 창의력도 마구 솟구칠 것만 같다. 꼭 체험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후련해지는 게 빡빡한 도시의 일상에 지쳤던 심신이 청량한 에너지로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면 이젠 감성을 한껏 끌어올릴 차례. 도자 전시장에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문화적 감성을 한껏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예술 체험 문의 011-847-4426 www.artinori.com 대룡마을은 곳곳이 작품 전시장이요, 예술의 거리다. 그저 마을을 한 바퀴 휘휘 둘러보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하지만 숨은 보물을 찾듯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예술 작품들을 찾아다니며 찬찬히 감상하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꽤 필요하다. 사실 대룡마을을 산책하는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공방과 작업실이라 할지라도 아무 때나 불쑥 들어가거나 작가들의 주거 공간까지 함부로 침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론 운이 좋으면 작가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SPACE 223에서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아이들을 위한 상상 놀이터가 나온다. 어른들이 보기엔 다소 황량해 보이는 그곳에서 아이들은 어떤 상상의 날개를 펼칠까.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보지만, 그때로 돌아가기엔 지나온 세월이 너무 아득하다. 포기하고 돌아 나오는 길목에 멋들어지게 지어진 한옥집이 눈에 들어온다. 문간에 걸린 현판을 보니 마을복합문화회관이다. 예술가들이 모인 마을이라 그런지 아주 운치 있고 멋스러운 현판이다. 그 맞은편에는 대룡역사박물관이 있다. 주민도 몇 안 되는 작은 마을에 역사박물관까지, 놀라움의 연속이다. 전시물 대부분이 농촌에서 쓰이는 농기구와 낡은 생활용품들이지만, 이곳에서는 마을의 역사를 대변하는 귀중한 유산이다. 마을길을 굽이굽이 거닐며 벽화며 갖가지 조각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방앗간 앞 정희욱 작가의 작품 앞에 멈춰 선다. ‘나의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는…’이란 부제가 붙었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이 아련해진다. 그곳에 한없이 서 있다가 문득 눈길을 돌려보니 길 건너에 하얀 배꽃이 절정이다. 아, 여기 농촌마을이지. 예술에 심취해 있다 보니 이곳이 농촌마을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대룡마을에서는 농사철에 맞춰 감자 수확이며 배밭, 농사 체험 등 여러 가지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예술과 농촌 체험이라는 조합이 무척이나 신선하다. 아마도 초여름부터는 마을이 좀 더 왁자지껄해질 듯하다. 초록빛으로 물결치는 청보리밭과 함께 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문의 051-727-7709 주변 음식점 -금수복국 : 복지리, 복매운탕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1로 43번길 23 / 051-742-3600 http://ksbog.fordining.kr/ -한우다믄그릇 : 한우국밥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2로 26번길 5 / 051-741-3360 -기장곰장어 : 곰장어 /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70 / 051-721-2934< -만포손칼국수 : 추어탕, 손칼국수 /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대룡1길 10-45 / 051-727-5766 숙소 -호텔 일루아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97 / 051-744-1331 http://www.hotelillua.com/ -비치모텔 : 부산광역시 영도구 동삼2동 769-4 / 051-405-3331 -베니키아 호텔 프레스 :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남로 21 / 051-611-0003 http://presshotel.co.kr/ -더 플래닛 게스트하우스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1 / 010-2561-8578 http://www.theplanetguesthouse.com/ -민트하우스 : 부산광역시 중구 중앙동2가 35-1 / 010-6322-3194 http://theminthouse.co.kr/reservation/ 글, 사진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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