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 울컥한 단어 민통선.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시작해 율곡습지까지 이어지는 9.1km의 길은 45년만에 일반에 개방된 민통선 지역이다. 이제는 파주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란 이름으로 불리며, 철마다 진달래며 달맞이꽃, 구절초 등 알록달록 야생화를 피고 지운다. 자연 그대로를 유지한 덕에 천연기념물과 멸종동물도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생태탐방로 끝에는 밤송이 가득 열린 밤나무밭과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잔뜩 피어 황홀하다. 기꺼이 철새에게 쉬어가라 허락하고 고라니가 유유자적 걸을 수 있도록 내어주는 넉넉한 자연의 품. 서늘한 철책을 꽃으로 따뜻하게 감싸고 있는 그 품에 나도 안아달라고 파고들고 싶은 날이었다. 자유로에서 임진각으로 가는 길. 시내에서는 보기 드문 무궁화가 큼지막한 꽃봉오리를 뽐내고 있다. 마냥 들뜬 여느 나들이와는 조금 다른 기분. 생태탐방로 안내사무소에서 신원을 확인하고, 삐거덕거리며 철문이 열리고서야 그 먹먹하고 신비한 길에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2016년 1월, 일반에 개방되기 시작한 파주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는 1971년 군사 보안으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이후 45년 만이다. 통일대교, 초평도, 임진나루를 지나 율곡습지공원에 도착할 때까지 중간에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 없으므로 반드시 완주할 자신이 있는 사람들만 도전할 것. 만일 숨이 차거나 어지러우면 에코뮤지엄 거리 끝에서 반드시 생태탐방로 해설사에게 알리도록 한다. 탐방로 오른쪽에는 봄이면 유채꽃과 진달래가, 여름이면 달맞이꽃이랑 쑥부쟁이가, 가을이면 구절초와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다. 초여름에는 꽃 사이에 숨어 있는 산딸기나 오디 하나 따서 입에 넣으면 달큼함이 혀끝을 사르르 감돈다. 탐방로 왼쪽 철책선 너머로는 임진강이 흐르고 있다. 함경남도 마식령산맥 자락에서 시작해 서해바다까지 흐르는 남한에서 4번째로 긴 강. 삼국시대부터 조선, 현대까지 유난히 치열한 전쟁의 역사를 흐른다. 오랜 시간이 퇴적해 만들어진 습지인 초평도는 두루미·개리·큰고니·저어새 등 철새들이 쉬어가는 낙원이다. 겨울에는 회색 몸에 뺨 주위가 붉은 두루미를, 여름에는 주걱같이 생긴 검은 부리의 저어새를 자주 볼 수 있다. 토끼나 고라니처럼 크고 작은 들짐승을 만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들개들이 고라니를 잡아 물어뜯고 있는 것을 본 탐방객들이 소리를 지르며 난리가 나기도 했다고. 무더운 날씨에도 스산한 바람 오가듯 휑한 마음 드는 철책선이 알록달록 색을 입고 재탄생한 에코뮤지엄 거리. 2015년부터 분단의 아픔과 상징이던 차가운 철책을 따뜻한 예술의 언어로 감쌌다.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에코뮤지엄 거리와 초평도 전망대 등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의 사진 촬영은 금지이므로 주의하자. 임진나루에서 작은 배를 엮어 만든 부교를 건넜던 씁쓸한 선조의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듯, 맑은 날에도 산자락이 안개 속처럼 아득하다. 야트막한 산을 넘으면 여정의 마지막인 율곡습지에 다다른다. 버려졌던 습지가 주민들의 수고를 먹고 이제 가을이면 모스코스가 흐드러지게 피고 축제의 장이 된다. 율곡습지공원은 늦여름부터 시작된 코스모스와 연꽃의 향연으로 황홀하다. 너른 꽃밭이 바라 보이는 공원 한쪽에 있는 초가집의 나즈막한 울타리를 타고 넘은 밤나무 가지마다 뾰족한 밤송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모난 마음도 둥글게 만들어 줄 듯한 시골풍경의 절정. 옛사람들이 살았을 법한 초가집 마당에는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농사기구가 가득하다. 직접 기른 농작물을 소담하게 진열해 파시는 어르신이 덥지 않으냐며 건넨 인사에, 비로소 마음의 주름을 편다. * 화석정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1호. 율곡 이이 선생이 후학을 양성하던 장소다. 생전 건물이 상하지 않게 들기름을 발라두었는데, 죽음을 앞두고 이항복에게 건넨 책자에 나라에 큰 변고가 생기면 건물을 태우라고 적혀 있었다고. 8년 후 임진왜란으로 선조가 몽진할 때 화석정을 불태워 임진강을 환하게 밝혔다고 전해진다. 대부분은 이이 선생만을 기억하지만, 고려 말 정몽주와 함께 3대 충신으로 꼽히는 길재 선생이 조선 개국 후 벼슬을 버리고 후학을 양성했던 곳이라는 기록이 있다. 화석정 왼쪽에는 7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절개를 지키고 있다. - 주소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화석정로 152-72 - 이용시간 09:00~17:00 - 휴무 연중무휴 - 문의 031-952-9233 *율곡수목원 도토리길을 따라 조성된 수목원. 장장 8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개방했다. 유아부터 노인까지, 가족끼리 또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숲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발물놀이를 할 수 있는 물놀이장과 밧줄과 통나무집이 기다리는 자연놀이터가 있어 창의력이 쑥쑥, 면역력도 쑥쑥.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기운을 받기 위해 수험생과 부모들이 염원을 담아 자주 찾기도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연 속에서 푹 놀고 쉬다갈 수 있다. 숲과 물이 풍성한 곳이라 여름철에는 벌레가 많으므로 얇은 긴팔을 챙길 것. - 주소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95-7 - 운영시간 09:00~17:00 - 휴무 연중무휴 (동절기 12~3월 운영 안함) - 문의 031-940-4633 * 파평 코스모스 축제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정'. 가을바람에 수줍음을 타는 소녀의 마음이 백만 송이의 꽃잎을 타고 넘실거린다. 매해 9월, 약 6만6100㎡(2만 평)의 넓은 율곡습지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조롱박·수세미·여주 등 넝쿨이 우거진 박터널의 신비한 초록 터널이 동화 속에 온 듯 황홀하다. 축제가 끝나면 청보리를 심은 뒤 이듬해 수확해 불우이웃돕기를 진행한다. ✔ 연락처 파주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안내소 070-4238-0114( 월 · 화요일 , 법정공휴일 휴무 ) ✔ 주소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로 177 ✔ 여행팁 파주임진강변 생태탐방로 - 코스 임진각 → 통일대교 → 초평도 → 임진나루 → 율곡습지 (9.1km, 3 시간 소요 ) - 참가인원 150 명 이내 ※ 10 인 이상 신청 시 출입 허가 , 12 세 미만은 반드시 보호자 동반 - 신청방법 참가일로부터 7 일 전까지 참가신청서 제출 (http://pajuecoroad.com) - 집결장소 임진각 평화누리 내 평화의 종각 앞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안내사무소 - 집결시간 6~9 월 08:30, 그 외 09:30 - 출입방법 본인 확인 ( 신분증 필수 ), 조끼 착용 등 출입절차 진행 ✔ 추천 여행코스 당일 여행 : 파주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 화석정 → 헤이리예술마을 → 소울원 1 박 2 일 여행 : (1 일 차 ) 프로방스 마을 → 헤이리예술마을 → 감악산 출렁다리 → 캠프그리브스 → (2 일 차 ) 파주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 임진각 / 평화누리공원 → 화석정 → 율곡수목원 ✔ 찾아가는 길 내부순환로 → 마포대교 방면으로 좌측방향 → 강변북로를 따라 3.08km → 한강대교동측지하차도 진입 후 강변북로를 따라 60.94km → 자유 IC 에서 문산 방면으로 우측방향 → 통일로를 따라 748m → 임진각 방면으로 우회전 → 임진각로를 따라 912m → 도로차단점에서 유턴 → 주차장 진입 ✔ 숙소 캠프그리브스 유스호스텔 :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적십자로 137 / 031-953-6970 필립스 호텔 :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통일로 600 번길 21 / 031-945-2272 한옥체험마을 살림채 : 경기도 파주시 소라지로 327 번길 126-20 / 031-948-9898 ✔ 주변 음식점 진미식당 : 장어구이 , 황복요리 /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마루로 261 / 031-958-3321 통일촌 장단콩마을 : 장단콩정식 /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길 64 / 031-954-3443 반구정 나루터집 : 매운탕 , 장어구이 /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반구정로 85 번길 13 / 031-952-3472 글, 사진 : 우예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8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